후기. 작성자 JC
THEMES BY PAGES #2. 고습도의 낮과 밤 웅녀는 열 달이 지난 후에 아이를 낳았고 단군 왕검이 태어났다. 바람이 불어 두 대지를 합쳤고 그 곳에서 상아사 할아버지와 상아시 할머니가 태어났다. 아편전쟁에서 영국군이 점령한 중국의 항구는 하필이면 아열대 몬순기후였다. 단군 할아버지와 노부부의 공통점은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는 것이다. 우리 조상님은 강추위까지 얹어서 가져가셨지만 일단은 나가 있으시라고 하자. 태국과 홍콩의 여름은, 보통의 경우에는 대구의 8월보다 고통스럽다. 바로 습도에 관한 이야기다. 뜨거운 여름을 푹푹 찌고 추운 겨울을 아리게 만드는 습도라는 존재는, 계절에 관한 모든 예쁜 단어들을 퇴색시킨다. 시종일관 공기에 참견하는 불쾌한 물방울들은 모든 장면들을 긴 호흡으로 보도록 강요한다. 이 조건에서 지긋지긋한 일상을 견뎌내는 것만큼 좋지 못한 것은 없다. 그리하여 우리는 색다른 곳으로 도망간다. 그 곳에서는 습도의 순기능이 발휘된다. 바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능력이다. ‘후레쉬 망고 호스텔’. 태국으로 간 여름휴가를 표방하는 테마다. 독특한 공간활용과 인테리어는 플레이어에게 정말 타지의 숙소에 와 있는 것 같은 리얼리티를 선사한다. 현실을 잊게 만드는 절묘한 환경 속에서 들뜬 플레이어들은, 테마를 진행하며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겪게 되고, 이는 다시금 일상을 걸어야 할 그들이 간직할 기념품이 된다. 낮의 습도는 기억장치다. 그 모든 해프닝들이 결국 돌이켜 보면 사소함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은, 아직도 생생하게 재생되는 더운 나라의 추억과 유사하다. ‘구룡: 잠들지 않는 도시’는 홍콩의 구룡성채를 배경으로 한다. 이 테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개 속에서 시종일관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 ‘구룡’은 ‘후레쉬 망고 호스텔’과 비교하면 비교적 흔한 플랏을 가지고 있는 테마다. 그러나 이를 다른 유사장르의 테마들과 구분시키는 것은, 실제 구룡성채를 바로 떠올릴 수 있을 법한 공간의 기운이다. …